읽은 날짜: 2025.04.19

📌 인상 깊었던 구절들
“잠을 자지 못해 가물가물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집은 천장 모서리마다 거미줄이 우거져 있었다. 경우 역시 무기력에 빠져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우가 돌보지 않으니 집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집의 자격은 무엇일까. 벽과 지붕을 갖추면 집일까. 아무런 노력 없이 집의 자격을 얻은 공간은 더럽고 황폐했다. 도무지 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집이었다. 오랫동안 환기되지 못한 질기고 끈끈한 공기들이 핏물처럼 집 곳곳에 달라붙어 있었다.”
“경우를 향한 내 마음을 채반에 받쳐 거른다면 무엇이 남을까. 너무나 많은 불순물들이 섞여 있어 나조차도 내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럴 리 없는데도 가끔 내가 경우를 향한 증오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물었다.”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후회를 곱씹는 일에만 성실히 복무했다.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삶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소심한 방식으로 사과를 건네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건 경우가 전혀 바라지 않는 방식일 테지. 죽은 자와 다름없는 삶이라고 내가 아무리 주장해봤자 나는 살아 있다. 아무리 떨어도 내 체온은 36.5도인 것이다. 이 반성 없는 몸으로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이런 내가 이호에게 손을 내밀어도 되는지, 자신이 없었다.”
“어디선가 따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의 심연에서 바람이 휘돌며 서서히 내 몸을 녹였다. 이런 온기를 오래전부터 꿈꿔왔지만 막상 따스함을 느끼니 내게는 이런 안온함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워졌다. 하지만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부디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햇볕을 쬐면 정화되기를. 경우 없는 세상에서도.”
“내가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애쓸수록 미숙함은 쉽게 들통난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가만히 멈춰서 살필 수 있는 시선을 주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 예전에는 그런 말들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양육자의 사랑과 신뢰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너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말은 칭찬으로 다가올까, 상처로 남을까. 스스로 던진 이 질문의 답을 오래도록 고민했다.”
💭 우가평의 코멘트
살면서 처음 신혼집을 마련하고 부족한 솜씨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잠시 놓아두면 집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집의 자격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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